애플의 연래 행사인 WWDC 2017 키노트가 오늘 새벽에 공개되었다. 매년 있는 행사이기에 보통 스트리밍 영상을 챙겨 보기보다는 주로 다음날 정리되어 올라오는 기사를 읽어보는 편이었다. 올해는 감기 몸살때문에 맞은 링거의 스팀팩의 효과로 잠이 오지 않아서 그간 WWDC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관람할 수 있었다. 재미있게 보았고 여러가지 얘기와 생각이 들어 내 관점에서의 소고를 간략하게 남겨 보고자 한다.
The world is depending on you
WWD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이다. 물론 애플의 새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컨퍼런스 전체는 개발자들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로 운영된다. 키노트 오프닝 영상에도 이런 애플 생태계를 꾸리고 있는 개발자를 위한 환영의 메시지를 던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Keep making apps. The world is depending on you
AppStore 장애로 App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였지만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이러한 앱 생태계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구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iOS 11
iOS는 언제나 WWDC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였다. 다양한 폼팩터를 가진 디바이스를 만드는 제조사이면서 이를 운영하는 OS도 동시에 만드는 애플은 watchOS, tvOS, iOS, macOS에 걸친 여러 제품군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지금까지 잘 가꿔 오고 있다.
매번 업데이트를 하면서 힘을 싣는 중심 하드웨어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 iOS 11에서는 다른 제품군보다 iPad Pro만을 위한 기능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특히나 Windows 10 - Surface로 되표되는 MS의 타블렛 시장의 공세에 대한 화답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멀티 태스킹 기능이 대폭 강화되었다.
macOS의 dock을 차용하여 iPad에 넣었고, 삼성이 Android에 적용했던 Multi window / Split window 기능도 잘 버무려 넣었고, "파일" 앱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쉽게 연동할 수 있게 한 것을 보면 타블렛의 포지셔닝을 노트북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애플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VR / AR / ML
요즘 시장에서 핫한 토픽인 VR / AR / ML에 대해서도 애플이 많이 고민한 결과물들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VR에 대해서는 사실 브이알못이라 Metal 2기반으로 최적화된 그래픽 성능 기반으로 Steam VR이 들어가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카메라 앱관련 프로젝트들을 작년에 했었다 보니 ARKit은 개인적으로는 관심 있게 볼 수 있었다.
Pokemon Go와 같은 AR 프로그램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ARKit을 선보였다. 사실 Pokemon Go에 내장되어 있는 AR의 기술적 수준은 캐쥬얼 게임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밀한 수준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WWDC에서 시연한 ARKit 데모 영상에서는 좀 더 범용적인 오브젝트들을 검출하여 매핑하는 기술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반 엔진이 탑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성능상의 이유로 모바일 환경에서의 구현은 많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실시간으로 AR을 구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 데모에서 보여주는 성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Machine Learning이 핫한 카테고리인 요즘 Google이 열심히 서버 기반의 Machine Learning 기술을 갈고 닦고 있다면 애플은 역시나 On-device Machine Learning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 영역 자체가 하드웨어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하여 최적화를 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성능 차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애플이 On-device Machine Learning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라고 본다. Google도 On-device Machine Learning을 위해 Android를 위한 TensorFlow Lite를 Google I/O 2017에서 공개하기도 했지만, 최적화의 이슈 때문에 iPhone 7의 Core ML이 Google Pixel과 Samsung Galaxy S8 대비 6배 빠르다는 것이 현재 시점에는 말이 되겠구나 싶었다. 물론 이러한 류의 벤치마크는 얼마나 노력을 들이느냐에 따라 엄청난 결과 차이가 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삼성과 같은 일부 제조사를 제외한 일반적인 Android 진영에서 그 시간의 갭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watchOS 4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일 수 있는 watchOS이지만 Pebble의 유지(?)를 이어 타임라인 순으로 정보들을 잘 정렬해서 보여주는 인터페이스가 추가되었다. 화면이 작아 정보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이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크라운이라는 컨트롤러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를 잘 활용하는 UX를 뽑아 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인터페이스는 갤럭시 Gear가 채용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었만 삼성의 UX 디자이너들은 Wheel 인터페이스를 옆으로 펼쳐진 Widget간 전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미키/미니 마우스는 너무 오래 전 캐릭터이긴 했다고 생각했는지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 3종을 추가해 주셨다. (이건 취향 저격 ㅎㅎ)
HomePod
2시간이 넘게 진행된 WWDC에서 6개의 Topic으로 진행하며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홈 스피커인 HomePod이었다. (이미 날은 밝아오고....)
HomePod은 음악 서비스도 들고 있고, 음성 인식 기술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있는 애플이 Amazon, Google이 이미 여러 제품들을 내고 있을 때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내놓은 느낌의 제품이다. 음악 서비스를 잘 연동할 수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포지션만이라면 이미 진작에 내 놓을 수 있었겠지만 12월까지 제품을 기다리라고 하면서까지 WWDC의 마지막에 발표한 것은 아마도 Amazon, Google과는 다른 third-party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HomePod 예시에서 음악에 대한 여러가지 음성 명령어 조합은 꽤나 복잡한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지만 HomeKit과의 연계는 초보적인 시나리오만 보여주고 있고 다른 서비스와의 파트너쉽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 아직 HomePod의 핵심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비춰졌다. Amazon, Google이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을 통해 Home 제어를 했다면, 애플은 이 HomePod을 집안의 brain역할을 하는 Hub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시연에서도 Privacy를 강조하며 HomePod은 Local recognition / End-to-End encryption을 강조하고 있었다. 애플 입장에서의 방향성은 동의하나 기술적으로 풀어야 하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어떤 답을 들고올지가 무척 궁금한 대목이다. 이것 역시 기다려 보면 조금씩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마치며
쓰다보니 횡설수설 쓸데없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떡밥을 물어 이것 저것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결론은 이렇게 횡설수설하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글을 좀 더 열심히 써야 겠다는 반성을 했다는 점이 나름 건져낸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