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삼관>은 하정우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의 전작인 <롤러코스터>도 낄낄대며 즐겁게 봤었는데 영화평을 보니 사람들의 평이 일관되게도 좋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가진 유머 코드와 내가 가진 유머 코드가 대중적이진 않나보다.
그나마 <허삼관>은 베스트 셀러인 소설 원작이 있어서 그런지 <롤러코스터> 보다는 훨씬 대중적인 코드를 갖고 있어 낄낄대는 맛은 좀 덜해도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피를 팔아 번 돈으로 장가를 가고 가정을 이루는 <허삼관>의 주인공 허삼관은 아들 셋을 낳고 잘 살다가 첫째인 허일락이 자기 피를 나누지 않은 아들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예뻐하던 첫째 아들이 자신의 피가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것에서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 뒤 일어나는 집안의 우환도 결국 피를 팔아 해결하려 드는 피로 점철된 영화이다. 참 특이한 소재이다 싶었는데 원작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이라는 중국 소설이고 "매혈(賣血)". 결국 피를 파는 이야기라는 점이 이 영화의 큰 축이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피로 연결된 고리와도 같지만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혈연만이 아님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고 봤기에 난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다 보고 나서 영화평을 봤더니 원작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라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원작을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적당히 머리 속에서 잊혀질만 할때 <허삼관 매혈기>를 읽어봐야겠다. 그때는 영화와는 다른 긴 호흡으로 소설을 읽으면 어떤 생각으로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