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못하는 것에 대한 단상

내가 못하는 것이 뭐가 있더라?

잠깐 생각했을 뿐이지만 내가 못하는 것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운동 감각이 제로여서 몸치이고, 의지 박약이라 담배도 끊지 못하고, 게을러 터져서는 행동보다는 항상 말만 앞서고…..

더 고민 했다가는 멘탈이 터져 나가는 자아 비판의 시간이 될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잠시 접어 주었다. 내가 못하는 것들이야 많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필요치 않으니까 선택하지 않아서 안하게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몸치라서 운동은 ROI가 안나오니 즐길 수 있는 수영 정도만 가끔 하자.

담배는 내 삶의 동반자♡

행동하기 전에 신중한 것도 미덕이 될수 있지…..

그렇다면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못하지만 그로 인해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기억하는 것

어려서부터 내 기억력은 썩 좋은 편이 되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 새로운 만화 영화 시리즈가 시작하면 그 주제가를 누가 빨리 외워서 부를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곤 했는데 번번히 친구에게 졌었고,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의 연도별 흐름은 머릿속에 집어 넣을 수 있어도 정확한 연도의 숫자는 항상 엉뚱한 숫자가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어떤 사람은 수업만 들으면 그 수업 내용이 이미지처럼 머릿 속에 박힌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전화번호부 없이 그 많은 사람들의 전화 번호를 머릿속이 넣고 다닐 때 난 그 사람들이 괴물 같아 보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대학 시절 한 때 유행하던 책 중에 “메모의 기술”이란 책이 있었다. 그 책에 나와 있던 큰 흐름은 “메모는 잊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잊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머릿 속에 불필요한 많은 것들을 넣고 있어봐야 효율적이지 않고 쓸데 없는 것은 기록해두고 필요한 것만 머리 속에 두자는 취지였다. 그 책을 읽었 을 때 뒤통수에 망치를 꽝하고 맞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건 내 나쁜 기억력의 당위성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메모와 사진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편집증적으로 사소한 것들이라도 기록해두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록하면 할 수록 내 기억력은 점점 더 나빠져 갔다.

 

삶이 복잡하고 피곤하고 나태해질 때면 나의 이런 기록 행위들이 멈춰졌는데 이 시간들은 결국 내 머릿속에 씽크홀이 되어 텅 빈 공간들을 남겨 두었다. 멘탈이 터져나가 멘붕인 상태여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들이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일 수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까지도 머릿속에 잘 남아 있지 않는다는 점은 내겐 또 다른 힘든 부분이 되곤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철이 들지 않는 것도 이런 나의 망할 기억력때문이리라.

 

나이 먹으니 요즘은 사소한 행복함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느낌이 들 때면 기록해 둘때도 있고 기록하지 않을 때도 있다. 정말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되도록이면 기록하지 않고 머릿속에 꾸겨 넣으려 노력해 본다. 익숙치 않고 잘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왠지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 구석에 먼지 쌓인 낡은 책처럼 다시는 찾지 않을 것들이 되어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제일 못하지만 그래도 노력하지 않으면 늘 그래왔듯이 내 머릿 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두렵다.

 

 


이 포스트는 이상한모임 #weird-write 채널의 7월 4주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이라는 주제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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