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burn, never freeze

어렸을 때 나의 취미는 프로그래밍이었다. 친구 하나 제대로 없던 그 시절의 나는 현실과는 달리 내가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컴퓨터 안의 세상이 나에게는 유일한 현실 도피의 수단이었기에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그때는 빠져들었지만 반대로 그것 밖에는 도망갈 곳이 없었던 길이었나 보다.

대학 진학의 기로에 섰을 때도 서슴없이 재수할 바에는 취업해서 원하는 코딩을 원없이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덜컥 대학을 붙어 버렸지만 그것 역시도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학교였기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내내 배우는 것이 즐거웠고 졸업하고 나서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선택하며 이것이 나의 천직이라는 사실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즐기며 좋아하던 일이 지금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을 때 오는 부작용을 나이가 들면서 혹독하게 겪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일텐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그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보면 잘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현실의 벽을 그리 녹녹치 않아서 꾸준히 열심히 무언가를 정진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적 무엇이 되었건 미쳐서 빠져들어 해나가던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나이가 먹어가면서 무언가 미쳐서 빠져들기에는 온 세상 근심 걱정과 함께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꿈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얘기할 때 직업이 아니라 “꿈을 가진 사람”이 되라고 얘기해 놓고는 정작 나 자신은 꿈을 잃어 가고 있다. 여태 살아온 날들도 많지만 아직 살아갈 날들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이제 와서 사춘기 소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일때도 있지만 누구나 앓고 지나가는 홍역을 어렸을 적에 앓지 않았기 때문에 내성이 없어 이 나이에 걸렸구나 하고 넘기지 않으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내게 그런 얘기 한 적이 있다. 꿈이 없다면 꿈을 가지는 꿈을 꾸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꿈을 잃어간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는데 지금 내게 필요한 것도 깊게 고민하는 것보다는 한 발자국이라도 내밀 수 있는 행동력일 것이다.

“Always burn, never freeze”

식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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