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서점에 들렀을 때 표지와 제목만 보고 마음에 들어 구매한 책. 구매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서야 겨우 짬 내서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네.

“과거만 돌아보고 의미 없어요. 차만 해도, 계속 백미러만 보고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사고가 난다고요. 진행방향을 똑바로 보고 운전해야지. 지나온 길은 이따금 확인해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

후회하고 돌아봐야 변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백미러를 확인하는 정도의 뒤를 볼아볼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겠지.

“못쓰지 않아. 내일부터 이제 내 인생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같은 거니까. 일종의 바캉스지.”

“내일부터는 전부 휴가.”

정말 맘에 드는 말이네. “내일부터는 전부 휴가”

구속받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순간.

“이렇게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저절로 앞으로 가.”

“그럼 앞으로 가, 제멋대로.”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 가게 되는거야.”

과연 그럴까, 하고 대답하면서도 나는 내 몸에 달려 있을, 보이지 않는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어본다.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는 순간 오토매틱 차량처럼 그렇게 모든 일들은 굴러가기 시작한다. 저.절.로. 굴러가지만 그다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굴러가는지는 두고 볼 노릇이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문제아들은 정서 불안정이래.” 그 여자애는 말을 이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는 몰라도 ‘불안정’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흔들흔들 흔들려서 위험한 느낌인가.

정서가 불안정하고 감정에 기복이 있다고 해서 딱히 문제아가 되지는 않는다.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 또한 에너지를 소진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문제아란 대체 어떤 의미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문제’아가 있다면 ‘대답’아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오카다군이 문제를 내면 다른 누군가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발상이나 떠오른 정도다.

아재 개그같은 말장난이지만 문제아가 있어야 세상이 바뀌면서 굴러가는게 아닐까?

“멋대로 좋아하는 녀석들은 반대로 멋대로 화내고 멋대로 미워하기 마련이니까.”

이기적인 사람들의 사랑 방법이다. 일종의 범죄라고 할 수 있지.

“바캉스를 생각했어.”

영화 속에서 고문을 받던 주인공이 그렇게 고백한다. 오카다 군은 그 대사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 뒤에 몇 번인가 그 말을 했다.

“싫은 일이 생기면 바캉스를 생각하기로 했어.”

“바캉스란 게, 여름방학 같은 거?”

“휴가라고 할걸.”

오카다 군이 과연 어떤 때 바캉스나 휴가를 떠올리며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했는지 나는 몰랐다. 다만 나도 그 뒤 살면서 싫은 일이 있으면 바캉스를 상상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

현실 도피를 꿈꿀만큼 이상적인 바캉스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상상을 하지 못한 것은 내 상상력이 빈곤해서 일까?

“다 그런 거야.” 어머니는 말했지만 그 ‘다 그런 거’가 나는 무서웠다.

그래서 종종, 그 영화를 떠올렸다.

연인을 잃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내뱉은 대사다.

“슬픔은 잊어야만 했지. 나에게는 아직 남은 시간이 있었어.”

그 말 그대로 나는 아직 열 살이었다. 슬픔은 잊어야만 했다. 남은 시간이 아주 많았으니까.

이따금, 바캉스를 생각했다.

항상 지나간 시간 보다는 남아 있는 시간이 많다. 지나간 몇십년의 세월은 정말이지 순식간이다. 측량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슬픈 일들은 잊어야 한다.

“날아가면 8분, 걸어가면 10분. 2분 차이밖에 안 나면 날지 않을 거냐고.”

“무슨 말씀이신지.”

“나 같으면 난다. 그렇잖아, 날고 싶지 않아?”

날 수 있다면 날아 보고 싶구나. 2분 차이가 문제는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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